똘시인 출판 시

월간see 선정작 2편

서울시인협회2017~18년 사화집
시인은 시를 쓴다-2

척척박사/똘시인

바쁘면 급한척하고
심심하면 노는 척하고

사랑하면 좋아하는 척하고
긍정적이면 그런 척하고

부정적이면 아닌 척하고
맞으면 아는 척하고

아니면 틀린 척하고
척척 그렇게 맞아떨어지게 하네

어쩌면 우리는 척척박사
생각처럼
척, 척, 척, 잘 맞아떨어지네.... 

대보름

대보름/똘시인

달빛은 밝게 봄을 알리려 
어둠을 불 밝히고 
내 사랑은 붉은 장미를 
가슴에 품고 
나를 만나려 먼 곳 
마다하지 않고 오셨다 

장미의 가시도 따갑지 않은 듯 
달빛 받은 임의 얼굴은 보름달보다 
더 환한 웃음으로 나를 반겨주었다 

언제 적이었는지도 모른다 
발자국도 남기지 않고 시간은 
조용히 세월에 묻히어 
그리움만 남겼다 

달빛은 고요한 새벽을 뚫고 
가슴에 스미어 서글퍼진 마음마저 
남겨 외로움은 더한다 

이런 생각은 왜 어릴 적에는 
못했을까 봐 하늘 한 번만 바라보았으면 
달과 함께 대화할 수 있었을 텐데 

왜 그때는 몰랐을까 
어둠이 검게 짙어지는 시간에 
꽃향기만 한 번 만 맡으려 했으면 
아름다운 꽃이라도 피웠을 텐데 

어느새 창가를 비집고 
들어서는 달빛은 
라벤더 향 가득한 나의 침대로 
스르륵 꿈결로 스며든다

서울시인협회 2018년 2월 월간see선정작품

고등어에 핀 꽃 /똘시인

꽃이 고등어에 피어서
아름다웠습니다

마음에 꽃이 피는 건
깨달음은 아닙니다

내가 꽃 같아
네가 꽃이라

그런 날에는/똘시인

우울한 날에 먹구름이 드리우면 
해맑은 너의 태양처럼 다가갈게. 

흐려진 날에 빗줄기가 떨어지면 
분홍빛 너의 우산 되어 가려줄게. 

그리운 날에 눈물 왈칵 쏟아지면 
보고픈 너의 꽃이 되어 피어날게

더 기다려 줄까/똘시인

밤 그 어둠에도 
별은 보이지 않았다 
어둠이 더 깊어지고 깊어져도 
별이 다가와 주지는 않네요 

봄 그 희망에도 
비는 슬프게 울었다 
희망이 더 노래하고 노래해도 
비는 슬프게 아파만 하네요 

널 기다린 별도 희망을 버리고 
널 기다린 비도 아픈 만 남겨요 

이 밤 그래서 슬퍼요 
별은 숨어서 혼자서 빛나면 
비는 아픔만 혼자서 노래해 

단 한 번이라도 단 한 번이라도 
서로 이별하지 않는 밤을 지새워요 

단 한 번이라도 단 한 번이라도 
서로 슬퍼하지 않는 밤을 지새워요


사랑 그 행복에도
슬픔은 남아있어요
행복이 더 깊어지고 깊어져도
외로움은 남겨져 있어요

단 한 번이라도 단 한 번이라도 
서로 슬퍼하지 않는 밤을 지새워요 

단 한 번이라도 단 한 번이라도 
서로 외롭지 않은 밤을 지새워요

해 해 사랑 해/똘시인

너와난 
언제나 새해
난 너의 해
넌 나의 해
우리 그렇게
사랑 해

서울시인협회 앤솔로지 5집 
출판 선정작 10편

똘시인(권기일) 제5집 앤솔로지 원고


공감(1)  


외롭게 서 있네
내 마음같이
상처받은 나무껍질이
내 마음 같네
네 마음보고 있으니


             

사랑의 차선(2)


돌아서지도
서두르지도
다가서지도
선을 넘지도
함부로

그러면 아무 일없을 거야





고백 day(3)


다가가서
다가선다
다가서서
다가 본다
다가가 고백하니



너(4)


밤의 꽃은 어둠에도 빛난다
어둠이 되지 말고
꽃이 되어라 
이 밤 피는 꽃이 
너 이길





1분1초(5)


곧 바뀔 거야 
힘든 시간
기다려
어려움도 즐거움도
잠시 일 수 있어 





출입문(6)


이제 그만

내 마음에
들어와서
가져가지 마세요

 



욕심(7)


오늘도 가슴에 동전 
하나 넣어본다

갖고 먹고 입고 벗고 놀고 쉬고
또 하나하나 동전을 넣어본다

좋은 차 좋은 집 명예 
욕심이 배부르네

곧 소화되면 난 알아
아직 배가 부르지 않아

아무리 그래도
동전이 더 필요할 거야

 



화장실(8)


싫어도 가서 보고
나오면 시원하고

급하면 필요하고

그래서 젖어 든다
그래서 빠져든다

그래서 냄새난다
화장실 같은 나

  


꿈(9)


보일 듯 보일 듯
보이지 않네 
잡힐 듯 잡힐 듯
잡히지 않네





사랑(10)


지금
사뿐히 사뿐히
그대에게로
다가갑니다

늦지 않았죠



시작 메모)

가을 아파트 입구, 서래마을의 신호등, 인천 부평의 폐업의 방앗간, 신호등에 멈춰 선 시간, 공원을 거니는 비둘기, 하루하루 의미를 둔 시간, 소중하지 않는 시간이 없다
매일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신천을 따라 걷는 걸 일기 쓰듯 한다. 계절이 바뀌어 시간이 달라짐을 그때 느낌. 어둠 속에서도 물소리로 공기의 냄새로 알아차리는 시간. 그때를 적어내린다 그것이 시인 줄도 모르고 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의 노래에는 종아리 근육과도 같은 근력이 있다 생각한다. 부단히 반복하여 노력하지 않으면 가질 수 없는 것이었다. 늘 보게 되는 꽃바람 향기 구름 비 밤 낮 어둠이 주인공들이다. 자연의 변화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는 건 참 고마운 일이다. 그것을 글로 표현할 수 있는 근력이 생겼음에 나는 나를 칭찬하고 싶다.
어둠에서 무엇인가 자세히 보려고, 느끼려고 노력해 보적 있는가. 들여다보고, 낮추어 살펴보며 숨소리 죽여 귀 기울여야 한다 그렇게 어둠은 한없이 겸손한 존재로 나를 정화시켜주는 스승이 되어주었다
나무가 세월의 흐름에 찢긴 시간, 고통과 인내를 이겨낸 시간을 발견하게 된 것도 어두운 길을 따라 함께 걸어주는 나무를 들여다보며 알게 된 것이다 
나는 오늘도 걷는다 그리고 쓴다.